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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4차 유행 여파로 요즘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감염병 연구 파트의 이한별 연구원에게

코로나19 이후 연구 활동에서 어떤 것이 바뀌었는지 얘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고려대학교

이한별 _ 연구원

Q. 어떤 업무(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고려대 약대 송대섭 교수님 실험실에서 석박통합과정 진행중인 이한별입니다. 저는 사업단에서 진행하는 COVID-19 비임상시험 과제에 참여하면서 기관에서 의뢰한 신약 후보물질의 동물실험 평가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실험실에서는 COVID-19를 비롯한 여러 종의 코로나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ASF(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국가재난형 동물질병의 백신 개발과 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질병 백신 평가에 동물모델뿐만 아니라 오가노이드(세포를 3D형태로 배양하여 만든 유사장기) 모델도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저는 사람의 오가노이드를 이용하여 바이러스의 spill over (동물 바이러스가 사람을 포함한 다른 숙주동물로 감염되는 양상)를 연구하는 업무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감염병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고양이들에게는 사형선고로 여겨질만큼 치명적인 FIP(고양이 전염성 복막염)라는 질병이 있습니다. FIP의 원인체도 코로나바이러스인데 제가 초등학교 때 키우던 고양이 2마리가 FIP로 연달아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서 바이러스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실감하였습니다. 마침 그 당시 홍콩에서 발생한 SARS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 연구가 주목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연스레 ‘동물이 건강해야 사람도 감염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수의학을 전공하였습니다.

코로나 19의 출현으로 사람, 동물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를 모두 포함하는 ‘원헬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발생할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런 다학제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부분에 대한 연구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Q. 코로나19 이후로 연구 활동에서 어떤 것이 바뀌었나요?

저는 COVID-19 대유행이 시작되던 시기에 대학원에 입학하여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COVID-19 유행 전에는 대학병원 실험동물센터에서 수의사로 근무하였는데 일반 실험실과 사육환경만 접하다가 인체위해성이 높은 바이러스를 다루는 BSL-3 실험실은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BSL-3 실험 특성상 두꺼운 방진복과 무거운 PAPR(전동식호흡보호구)을 착용한 상태로 실험을 해야 합니다. 때문에 같은 실험이라도 일반 실험실에서 진행할 때보다 갑절로 체력이 소모됩니다. 더구나 연구소가 익산에 있기 때문에 매번 장거리 운전을 하시는 박사님들께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하십니다.

장점을 찾자면 BSL-3 실험은 반드시 2인 1조로 진행하기 때문에 구성원들 간 팀웍이 점점 더 좋아지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학술 교류 기회가 줄었다는 것입니다. 웨비나 등을 통해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을 직접 대면하면서 지식을 습득하는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져서 교육적인 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연구 과정에서 생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BSL-3시설의 입실부터 퇴실까지 전 과정동안 실험자는 최대한 오염이 없는 청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간단한 실험이더라도 일단 한번 입실하면 반드시 샤워를 하고 퇴실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저희 실험실 선배들이 초반에 COVID-19 배양 관련 실험을 진행할 때 바이러스 배양액을 채취하기 위하여 2시간에 한번씩 BSL-3 실험실에 출입할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실험에 참여했던 선배들이 머리카락에 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2시간에 한번씩 출입하면서 밤새 실험과 샤워를 반복했다는 눈물겨운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이렇게 저희 연구실 박사님, 선배님들이 밤낮을 새워가며 기본적인 실험 조건을 세팅하신 덕분에 저는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Q. 실무 수행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이 있으신가요?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 윤리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또한 자극성이 강한 시험물질 등 동물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요인이 많을수록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힘들기도 합니다. 과학성과 윤리성을 모두 고려한 실험계획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 실험실에서는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다같이 고민하고, 실험이 안전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합니다.

Q.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가 무엇인가요?

국내에는 햄스터와 같은 실험용 특수 동물을 자체 생산하여 공급하는 시설이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해외에 비해 국내 실험 동물 생산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공급이 막혀서 실험동물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전체적인 실험 스케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감염병 연구와 관련하여 햄스터나 특수동물을 이용한 실험이 많아질 것 같은데 국내에도 공급 채널이 다양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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