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 이슈

배아의 기본표현형 분석

마우스에서는 embryonic stem cell을 매개로 하거나 CRISPR/Cas9 시스템을 이용해 수정란에서 직접 유전자 조작을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knockout (KO) 마우스의 경우 25% 정도는 성체까지 생존하지 못하고 죽고, 10% 정도는 멘델의 법칙에서 예상되는 수의 반에 못 미치는 KO 마우스만이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KO 마우스들은 성체에서 연구가 불가능하거나 어렵기에 배아단계에서 혹은 conditional knockout 마우스를 이용하여 특정 조직에서만 대상유전자를 제거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유전자들의 연구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 유전자들에서의 돌연변이가 많은 경우 사람에서 선천성 기형 및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마우스의 배아를 대상으로 한 표현형 분석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외형적 이상 관찰, in situ hybridization이나 면역 염색 혹은 reporter를 이용한 유전자 발현 분석, 파라핀 절편 혹은 micro CT를 이용한 배아의 내부 이상 관찰과 같은 범용적인 방법 외에도 대상 유전자 분석에 특화된 수 많은 분석 방법이 존재합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International Mouse Phenotyping Consortium (IMPC)에서 제시한 배아의 기본표현형 분석법을 통해 여러 KO 마우스의 배아에서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표현형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업단에서 제작한 Lgr5-KO 마우스의 배아 분석 과정에서 발견된 구개열 (cleft palate) 표현형이 그 예입니다. 사람에서 선천적으로 혀 밑과 입 안을 연결하는 설소대가 짧아져 혀의 운동이 제약되는 설소대단축증은 구개열과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에 보고된 Lgr5-KO 마우스에서는 설소대단축증만 일어나고 구개열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고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업단에서 제작한 Lgr5-KO 마우스에서는 다수의 설소대단축증 환자에서처럼 설소대단축증과 구개열이 같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림 1) 다른 예는 일부 Slc25a1-KO 마우스에서 발견된 뇌노출증 (exencephaly) 입니다. (그림 2) 이러한 뇌노출증은 신경관의 접합 이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무뇌아증으로 발달하게 됩니다.

 

 

설소대단축증구개열

그림 1.

 

뇌노출증

그림 2.

 

 

 

배아의 혈관 발달 과정에서 CXCL12 유전자의 기능

앞에서 소개 드린 배아의 기본표현형 분석 외에도 우리 연구실에서는 배아에서의 혈관 발달에 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발달 순서에 따라 혈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발생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서 혈관 발달 패턴의 이상은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 제작한 Cxcl12-KO 마우스는 이러한 혈관 발달 패턴의 이상을 보여주었습니다 (CXCL12-CXCR4 signalling plays an essential role in proper patterning of aortic arch and pulmonary arteries. Cardiovascular research 2017). 정상적인 폐에서는 동맥, 정맥, 기관이 상호간에 산소 및 이산화탄소를 교환하기 위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발달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Cxcl12-KO 마우스의 배아에서는 정맥과 기관은 비교적 정상적인 패턴을 보이는 반면 동맥은 정맥이나 기관과는 동떨어진 발달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림 3) 폐에서의 혈관 발달 패턴 이상 외에도 대동맥궁 (aortic arch)에서 발달하는 주요 동맥들 역시 비정상적인 패턴을 보이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림 4) 대동맥궁에서 발달하는 주요 동맥은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행대동맥 (ascending aorta)에서 하행대동맥 (descending aorta) 쪽으로 우쇄골하동맥 (right subclavian artery), 우총경동맥 (right common carotid artery), 좌총경동맥 (left common carotid artery), 좌쇄골하동맥 (left subclavian artery)가 있고 좌우의 척추동맥 (vertebral artery)는 쇄골하동맥에서 갈려 나옵니다. 하지만 Cxcl12-KO 배아에서는 정상 배아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작은 혈관들이 주요 동맥에서 발달하고, 주요 동맥 중 일부가 존재하지 않거나 비정상적인 위치에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Diffusible iodine contrast-enhanced computed tomography (diceCT) 방법을 통해 배아 내의 주요 혈관을 3차원적으로 분석한 결과 원래는 존재하지 않는 체순환계 (systemic circulation)에서 폐로 들어가는 비정상적인 혈관이 Cxcl12-KO 배아에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림 5) 이러한 이상은 사람에서 폐분리증 (pulmonary sequestration)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폐분리증은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이기에 우리의 연구가 이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위에서 보여드린 여러 혈관 이상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일어나는 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Cxcl12의 receptor로 알려진 Cxcr4 유전자를 혈관내피세포 (endothelial cells) 특이적으로 제거할 경우 동일한 표현형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chemokine인 CXCL12가 CXCR4를 통해 혈관내피세포에 작용해 정상적인 패턴을 지닌 혈관계를 형성하는데 관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3.그림4.그림5.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 사업단에서 배아의 기본표현형 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가천대학교 이영재입니다. 이 글에서는 배아의 기본표현형 분석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드리고 최근에 발표한 “CXCL12-CXCR4 signalling plays an essential role in proper patterning of aortic arch and pulmonary arteries. Cardiovascular research 2017” 논문을 통해 배아에서의 혈관 발달 이상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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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청각 표현형 분석으로 ‘숨겨진 난청’ 찾기

인간은 귀를 통해 24시간 동안 다양한 소리를 듣지만 모든 소리를 지각하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칵테일파티나 콘서트장과 같이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잡음이 많은 상황에서도 본인이 흥미를 갖는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현상을 칵테일 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 라고 합니다. 최근 발표된 “Transient auditory nerve demyelination as a new mechanism for hidden hearing loss” (Nature communication, 2017) 논문을 통해 칵테일 파티 효과를 겪지 못하는 청각장애인 ‘숨겨진 난청’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논문을 소개하기 앞서 먼저 본 연구실의 연구 방향과 기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청각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감각 중 하나로, 청각장애는 일반적인 의사소통을 저해하여 개인의 삶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국내 난청 인구가 200만명을 넘었으며, 매년 그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난청 환자의 수가 급증하는 원인은 청각기관의 복잡한 구조와 형성기전에 따른 난청 요인의 다양성 때문입니다. 난청 요인은 크게 유전성, 이독성, 소음성, 노인성 난청 등으로 구분되지만, 난청의 원인 별 치료법이 부재한 상태입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난청 마우스 모델의 체계적인 청각표현형 분석을 통해 청각기관의 형성과 퇴화 과정에 기여하는 기전을 연구할 뿐 아니라, 신규 난청 유전자 발굴 및 데이터 베이스 구축을 통해 난청의 조기 진단 및 치료에 기여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마우스 청각표현형 분석은 난청을 진단하기 위한 청각기능 검사로 시작됩니다. 가장 먼저 청성뇌간반응실험(Auditory Brainstem Response, ABR)을 수행하는데, 이는 소리 자극이 청각기관을 통해 전달되어 달팽이관 내에서 발생된 전기 신호가 청신경을 자극한 후 뇌로 전달되는 신호를 연속적인 파형의 활동전위로 기록하는 방법입니다.(그림6A) 파형이 사라지기 직전의 데시벨(dB) 값을 청력 역치라고 부르며, 청력 역치 추정법을 통해 난청 유무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청력 역치 추정 외에 파형의 진폭(amplitude)과 지연속도(latency)를 분석하여 청신경의 흥분 정도와 뇌간으로의 신호전달 시간 정도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달팽이관 외유모세포의 능동적인 미세진동에 의해 발생하여 중이를 거쳐 외이로도 전달되어 나타내는 이음향방사(otoacoustic emission)를 측정하여 외유모세포의 기능을 검사합니다.(그림6B)

 

그림 6.

 

 

청각 기능 검사를 바탕으로 한 표현형 분석 이후에는 다양한 난청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병리학적인 분석을 수행합니다. Paint-fill 주사 방법을 이용하여 발생 중인 내이의 전반적인 형태를 확인 한 후, H&E 염색법, 면역조직화학염색법, 주사형전자현미경

(SEM)등의 기법으로 내이의 구조와 유모세포의 형태를 관찰합니다. 또, In situ hybridization 실험으로 타겟하는 유전자의 발현 위치 및 중이의 형태 등을 확인합니다. 이와 같은 분석을 수행하여 복잡한 난청의 요인과 기전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체계적인 난청 마우스 표현형 분석 및 연구방법을 통해 유전성 및 후천성 난청의 원인을 규명하여 난청 병리 기전을 이해하고, 난청의 조기 진단 및 치료제 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난청은 단순히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소 소리를 잘 듣긴 하지만 소란스러운 식당이나 잡음이 많은 곳에서 주변 사람의 목소리 인지가 잘 안되는 ‘숨겨진 난청(hidden hearing loss)’이라는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숨겨진 난청에 대한 진단 검사나 메커니즘이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흥미롭게도 최근 숨겨진 난청의 원인에 대해 연구한 보고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Transient auditory nerve demyelination as a new mechanism for hidden hearing loss, Nature communication, 2017)

시끄러운 곳에서 소리 인지를 잘 못하거나 전달하는 단어를 정확히 알아듣지 못하는 숨겨진 난청 환자는 청각기능검사인 ABR 결과는 정상이지만 첫 번째 파형의 진폭(amplitude)이 떨어져 있어서 그 동안 단순히 달팽이관의 유모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손상으로 인해 소리정보가 뇌에 도달하지 못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논문에서는 유모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 손상 외에 새로운 기전을 밝히기 위해 내이 신경절세포(Spiral ganglion neuron)의 슈반세포(Schwann cell)의 손상에 주목하였습니다. 마우스 내이의 신경절세포에는 슈반세포가 존재하는데(그림7A), 슈반세포는 아교세포(glia)의 일종으로 말초신경계(PNS)에서 미엘린초(myelin sheath)를 형성합니다. 미엘린 형성 슈반세포에 의해 형성된 미엘린초는 내이 신경절세포를 감싸는 절연체로 기능하여 세포에서 생성된 활동전위(action potential)가 신경말단까지 빠른 속도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슈반세포를 일시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는 성체 마우스를 제작하였고 실제로 발생 초기 심각한 슈반세포의 손상이 일어났으며 일시적인 슈반세포의 손상은 4주차부터 회복되었습니다.(그림7B) 슈반세포가 일시적으로 손상되었다가 회복된 마우스는 청각기능은 정상이었지만 첫번째 파형의 진폭이 떨어지고 지연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그림8) 그러나 시냅스의 형태와 개수에는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그림9) 또한 슈반세포가 손상된 마우스는 정상마우스와 다르게 일시적역치변화(transient threshold shift) 소음을 주었을 때 손상된 청력이 회복되지 않을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그림10) 이와 같이 일시적으로 슈반세포가 손상되었을 때 시냅스나 신경절세포의 손상 없이 영구적인 숨겨진 난청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이는 슈반세포의 회복을 통해 숨겨진 난청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할 수 있습니다.

 

 

그림7.그림9.그림8.그림10.

 

이처럼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난청 뿐 아니라 소리는 들을 수 있으나 정확하게 소리 인지를 할 수 없는 숨겨진 난청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감각인 청각의 연구를 통해 난청의 원인 규명을 통해 진단 및 치료에까지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 연구실의 목표입니다.

인간은 귀를 통해 24시간 동안 다양한 소리를 듣지만 모든 소리를 지각하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칵테일파티나 콘서트장과 같이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잡음이 많은 상황에서도 본인이 흥미를 갖는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현상을 칵테일 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 라고 합니다. 최근 발표된 “Transient auditory nerve demyelination as a new mechanism for hidden hearing loss” (Nature communication, 2017) 논문을 통해 칵테일 파티 효과를 겪지 못하는 청각장애인 ‘숨겨진 난청’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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