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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전자가위가 트라우마도 잘라낼 수 있을까
작성일 2023-03-03 조회수 1223
작성자 관리자
유전자가위가 트라우마도 잘라낼 수 있을까

트라우마로 후천적 변형된 유전자교정 편집 방식

어린 시절 겪은 일로 생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트라우마)’는 성인이 되어도 트라우마를 일으킨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깊은 상처를 남긴다.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현장을 목격한 성인들도 정신질환 진료와 치료가 요구될 정도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에 생긴 트라우마는 성인 시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서는 보통 인지행동치료나 전문가상담, 약물치료 등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유전질환, 희귀질환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유전자 교정 기술의 트라우마 치료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코로나19·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유전자 변형으로 이어져
 
코로나19와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같은 사회적 상황에 노출된 소아청소년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어 정신건강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에릭 네슬러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2018년 국제학술지 ‘영국정신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8세 이전 트라우마 상황에 노출된 소아청소년은 성장 후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보일 확률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 등 21개국 성인 5만명 이상의 건강기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네슬러 교수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성공적으로 치료한다면 성인의 가벼운 정신건강 질환은 지금보다 30%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슬러 교수 연구팀은 당시 소아청소년기 트라우마가 미치는 영향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선 유전자의 변형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네슬러 교수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청소년기 트라우마 경험이 유전자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확인했다. 갓 태어난 쥐를 매일 일정 시간 어미로부터 분리하고 뇌 부위의 유전자 움직임을 살폈다.
 
분석 결과 모체에서 떨어져 스트레스를 받은 새끼 쥐는 우울증과 관련한 수백개의 유전자가 발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체가 된 후에 마치 인간의 우울증과 같은 증상을 보였다. 트라우마가 후천적으로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가 정신건강과 관련한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은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2010년 캐나다 더글러스 정신건강대 연구소 연구팀은 죽은 인간의 뇌를 분석해 스트레스와 관련한 유전자에서 후생유전학적 조절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후생유전학적 조절이란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바뀌지 않아도 염색질 구조의 변화가 일어나 다음 세대로 유전이 가능한 형질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한 유전자 변형이 실제로 확인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바인더 독일 막스플랑크정신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실시한 연구에서 가정 학대를 당한 3~5세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3개월 가량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조사 대상이 된 아이들의 연령이 26~60개월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차이다. 이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유전자 변형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생물학적 노화는 청소년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신건강은 물론 신체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유전자가위로 유전자 교정 가능성 제기
 
트라우마로 일어난 유전자 변화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으로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 기술이 꼽힌다. 이 기술은 ‘캐스9(Cas9)’이란 효소를 활용해 원하는 유전자만을 교정할 수 있다. 후천적으로 바뀐 유전자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지난해 습하쉬 판데이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원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청소년기 과다한 알코올 섭취로 변형된 쥐의 유전자를 일반적인 쥐의 유전자로 되돌리는 데 성공한 사례가 소개됐다.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에 영향을 받는 뇌의 편도체 부분 유전자만을 겨냥해 편집해냈다.
 
다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인간의 후천적으로 변형한 유전자 교정에 사용되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로 유전자를 교정했을 때 인간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검증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정신질환의 경우 개인의 특성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차이로 발현된다는 난점도 있다. 개인 유전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섣불리 뇌의 유전자를 건드리면 또다른 정신건강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외에 약물을 사용한 유전자 교정에 주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네슬러 교수는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우울증 치료 약물의 목표가 될 수 있는 사람의 유전자 네트워크를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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