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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쥐 한 마리에 데이터 400개...인류 희귀병 비밀 푼다
작성일 2019-11-15 조회수 6196
작성자 관리자

쥐 한 마리에 데이터 400개...인류 희귀병 비밀 푼다

 


실험에 사용된 쥐는 ‘난청’ 연구를 위해 특별히 유전자를 변형한 쥐다. 유전자 변형 쥐는 특정 유전자만 기능하지 못하도록 딱 하나의 유전자만 바뀐 채 태어난다. 이런 쥐의 특성을 연구하면 바뀐 유전자의 기능을 자세히 추정해 낼 수 있다. 유전질환 치료법이나 약을 개발하는 데에도 자주 사용된다. 현재까지 인류의 청각 질환 관련 유전자는 발견된 것만 100개가 넘는다. 모두 유전성 난청 등 희귀질환과 관련이 있지만 인공와우를 착용하는 방법 외에 현재로서는 치료법이 없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유전자 변형 쥐를 이용해 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복 교수는 “잘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건강한 삶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선진국 중심으로 감각기 연구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이 국내에선 이런 쥐를 만들어 이들의 특성(표현형)을 분석해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고 있다. 현재까지 169건의 유전자 변형 쥐를 개발했고, 이 가운데 95건은 정밀한 ‘신체검사’를 거쳐 표준화된 데이터를 얻어 쥐의 표현형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국제 프로젝트인 ‘국제마우스표현형분석컨소시엄(IMPC)에 등록까지 마쳤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런 쥐는 8500건 등록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은 최근까지 이 분야의 ‘불모지’였다. 하지만 사업단이 2013년 발족하면서 인프라와 분석기술을 마련해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 지금은 어엿한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복진웅 연세대 의대 교수팀이 쥐의 청각을 진단하고 있다. 마취된 쥐의 귀에 소리를 들려주고, 전극을 통해 뇌파를 분석한다. 복진웅 교수팀 제공

복진웅 연세대 의대 교수팀이 쥐의 청각을 진단하고 있다. 마취된 쥐의 귀에 소리를 들려주고, 전극을 통해 뇌파를 분석한다. 복진웅 교수팀 제공

 

 

이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정밀검진’도 해야 한다. 각 분야 전문가가 검진에 참여한다. 복 교수 연구팀이 청각 검사를 맡는다면 골격계는 최제용 경북대 교수(실험동물자원관리센터장)팀이 맡고 있다.  최 교수는 마우스의 뼈를 자세히 연구하고 분석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골 관절염이나 골다공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쥐를 촬영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이크로CT(컴퓨터단층촬영)로 뼈의 양을 파악하고 조직을 분석하며, 미네랄화 정도를 측정한다. 유전자 변형 쥐가 비만 등 대사질환에 걸렸는지 판단은 성제경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장(서울대 수의대 교수)팀과 최철수 가천대 교수팀이 맡는다. 비만은 지방량 증가 등 눈에 쉽게 띄지만, 질환의 진행 정도와 발병 원인을 깊이 있게 연구하려면 에너지 소모와 섭취 등 보다 복잡한 표현형을 분석해야 한다. 사업단의 연구는 이런 복잡하고 정교한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임수연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 연구원이 1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수의대 내에 위치한 사업단 연구실에서 새로 개발된 쥐의 부정소를 채취하고 있다. 채취한 부정소에서 정자를 채취한 뒤 빨대처럼 긴 용기에 담아 액체질소로 냉각해 동물자원으로 보존한다. 윤신영 기자

임수연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 연구원이 1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수의대 내에 위치한 사업단 연구실에서 새로 개발된 쥐의 부정소를 채취하고 있다. 채취한 부정소에서 정자를 채취한 뒤 빨대처럼 긴 용기에 담아 액체질소로 냉각해 동물자원으로 보존한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쥐를 정밀 신체검사하는 중에 상상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정보도 얻기도 한다. 쥐의 시각을 연구하다가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대조군 쥐(와일드타입)이 전혀 앞을 보지 못하는 ‘맹서’라는 사실 처음 발견했다. 전세계적으로 무수히 사용되는 쥐인데도, 케이지 안에서 앞을 못 보는 행동을 하지 않으니 몰랐던 것이다. 정밀검진 덕분에 올린 성과다.

성 단장은 “예전에는 개별 연구자들이 직접 일일이 유전자 변형 쥐를 확보하고 표현형을 분석해 연구 효율이 떨어졌다”며 “사업단에서 연구에 필요한 쥐를 확보하거나 공급하고, 유전자 기능 정밀 분석까지 제공해 바이오 연구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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