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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치료 어려운 알코올성 지방간…신경전달물질서 해법 찾았다
작성일 2019-08-30 조회수 2319
작성자 관리자

치료 어려운 알코올성 지방간…신경전달물질서 해법 찾았다

 
국내 연구진이 만성 알코올 섭취에 의한 지방간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동안 알코올성 지방간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혀온 ‘활성 산소’가 아니라 활성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간세포가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치료에 이용하는 방법이다.

특히 간세포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는 인체의 화학공장이라는 간에도 유사신경계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신경전달물질과 소통 경로를 이용하면 해독과 면역 등 간 기능이 나쁜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만성적 알코올 섭취 시 간세포의 많은 유전자들의 발현이 증가된다(A). 이 가운데 글루타메이트 분비에 관여하는 xCT 조절유전자인 ‘Slc7a11’ 발현 증가량이 많다(B). 또 이를 조절하는 ‘Nrf2’의 발현도 알코올 섭취 시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C). /한국연구재단 제공
정원일 KAIST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과 미국 국립보건원 공동 연구팀은 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에서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의 역할을 규명하고 치료제 개발을 위한 새로운 표적으로 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간암이나 간경변으로 진행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지방간은 알코올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콜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이 중 알코올성 지방간은 체내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발생한 활성산소가 많아져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간에 염증을 일으킨다.

그동안 알코올성 지방간을 정복하기 위한 연구들은 이 활성 산소를 억제하거나 간의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이와 달리 이번 연구는 활성 산소 그 자체보다 간세포가 분비하는 글루타메이트의 역할에 주목한 결과다.

연구의 핵심인 글루타메이트는 주로 중추신경계에서 분비되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다. 주로 간에서 에너지 생산을 위한 원료 아미노산으로만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에서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과정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실험 결과, 8주간 알코올을 섭취한 생쥐의 간은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은 생쥐에 비해 글루타메이트 분비를 돕는 글루타메이트 역수송체 단백질이 많이 생긴 것으로 관찰됐다. 이 경우 대부분의 생쥐들은 지방간에 걸렸다.

이후 연구팀이 이 생쥐 모델을 대상으로 약물이나 유전자편집 등 기술을 이용해 글루타메이트를 제거하고, 글루타메이트를 분비할 수 있는 다른 조건을 배제시키자 생쥐의 지방간 발생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알코올 분해 시 발생하는 체내 활성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간세포가 글루타메이트를 분비하면, 인접한 세포의 글루타메이트 수용체가 활성화될 때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생겨 알코올성 지방간이 나타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람의 경우도 생쥐와 마찬가지였다.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혈중 글루타메이트 농도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생쥐모델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도 확인
된 것이다. 간 생검 조직에서 글루타메이트 역수송체와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단백질이 현저히 많았다.

정원일 교수는 "신경세포간 신호를 주고받는 시냅스처럼 간에도 신경계와 유사한 ‘대사시냅스(metabolic synapse)’가 존재함을 제시했다"라며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와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같은 기타 간질환 등의 연구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9/20190829026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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